【코로나 자가격리자의 생활】‘무료함·불안’과의 사투…“격리해제 후 경계심 남아”
【코로나 자가격리자의 생활】‘무료함·불안’과의 사투…“격리해제 후 경계심 남아”
  • 광양시대뉴스
  • 승인 2020.09.14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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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음성판정 받았지만 마음으론 ‘확진자’
업무 복귀 이후 정신·육체적 후유증 남아

A씨는 지난달 21일 퇴근 후에 동료들과 금호동 한 식당에서 이른 저녁식사를 했다. 지난달 말 광양지역 코로나19 확산의 핵심 고리였던 그 식당이다. 식사 이후 식당 종업원의 코로나19 확진 사실을 알았다. 곧바로 백운아트홀에 마련된 임시선별진료소에서 검체검사를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보건소에서도 자가격리 통지서를 보내왔다. <관련기사 2면>

보건소는 자가격리 통지서와 함께 체온계와 소독제, 쓰레기봉투를 보내왔다. 보건소 담당 공무원이 전화해 자가격리 어플리케이션 사용법을 안내했다. 오전 9시30분과 오후 7시30분, 하루 두 번씩 ‘자가진단하기’ 목록에 발열과 기침, 인후통, 호흡곤란 등의 증상 여부를 체크했다.

A씨는 깜빡 잊고 기입을 건너뛰어 한 번, 어플리케이션 오류로 인한 자가격리지 이탈로 또 한번 ‘찌렁찌렁’한 경보음을 들었다. 곧바로 담당공무원에게 전화가 왔다. 안내받은데로 조치하니 문제가 없었다. 누군가 계속해서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이 불편했지만 미안함이 더욱 컸다.

형제들과 동료에게만 연락해 자가격리를 알렸다. 우울해지려는 참이었지만 위로 전화는 큰 힘이 됐다. “한번 버텨보자”는 용기가 마음속에서 꿈틀했다. 가족들과는 생이별을 했다. 집 근처 아파트에 미혼인 처남이 살고 있어 아내와 아이들 거처가 확보된 건 불행 중 다행이었다.

시간 지날수록 스트레스 극심
감염에 민감…운동하며 체력 회복

아내는 처음 1주일 동안 식사를 준비할 때만 집을 찾았다. 굳게 닫힌 문을 사이에 두고 자신은 안방에, 아내는 부엌에 있어야 하다 보니 말 한마디 나누기 어려웠다. 2주차부터는 직접 식사를 챙겼다. 점점 입맛을 잃어갔다. 김치찌개를 한 솥 끓여 버티듯 때웠다. 때론 컵라면을 먹으며 하루하루 끼니를 지워 나갔다.

코로나19 확진 여부만 궁금하고 걱정이 돼서 다른 일도 할 수 없었다. 평소 외부활동을 즐기지 않는 터라 자가격리 초반에는 편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하루하루 지날수록 정신적인 타격이 심해졌다.

드라마와 티비시청, 핸드폰게임이 유일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여가꺼리였다. 자신도 모르는 새 쌓인 스트레스로 까딱없던 입술이 부르텄다.

그렇게 열흘이 지난 지난달 30일 보건소에서 2차 검체검사 안내 전화가 왔다. 8월30일 백운아트홀에서 드라이브 스루 검사를 받았다. A씨는 “두 번째 검체검사 결과를 앞두고 혹시나 양성으로 검사결과가 나올까봐 너무나 무서웠다”며 “자가격리 전에는 코로나19에 특별히 두려움이나 경각심이 없었는데 막상 자가격리 통지를 받고 검체검사 결과를 기다리다보니 마음속으론 확진자나 다름없었다”고 말했다. 이튿날 최종 음성판정을 받았다. 다행이다 싶어 눈물이 핑 돌았다. 9월3일부터 업무에 복귀했다.

2주간의 자가격리는 A씨의 일상을 크게 바꿨다. 평소 즐기지 않던 신체활동을 꾸준히 한다. 퇴근 후 1시간씩 운동을 하며 체력을 키우고 있다. 업무 복귀 이후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체력이 떨어져서 업무에 집중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감염에 위험한 상황은 어떻게든 피하려는 마음도 생겼다. 사람이 모여있는 곳에 가는 것 자체가 꺼려진다. 자주 하던 외식마저 최소한으로 줄이고 회사와 집만 오가는 상황이다. 광양시에는 이달 9일 기준 64명의 자가격리자가 ‘무료함’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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