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그리고 냄새
향기, 그리고 냄새
  • 광양시대뉴스
  • 승인 2019.01.16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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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솔봉을 휘돌아 마을 골목길로 파고 드는 냉기가 영하로 내려가자  마을 숲 속 수목과 야생초들이 깊은 휴식에 들어갔는지 우리를 감싸던 갖가지  냄새와 향기는 거의 사라져 버리고 은은한 솔향기만이 주위를 알게 모르게 맴돈다.
봄이면 도솔장원의 매화향기를 시작으로 아지랑이 따라 올라오는 텃밭에 뿌려진 거름 냄새,아카시아 꽃 향기와 밤꽃 냄새,가을엔 원추리꽃 향기와 산내음, 낙엽 냄새 등이 후각을 자극하더니 이젠 간간이 마을 사람들의  친절과 호의가 어우러진 막걸리 몇잔과 뜨거운 국물에 배어든 인간적인 냄새만이 북쪽 새재골짜기에서 불어 오는 찬바람에 맞서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추운 날이면 나의 기억 속에 가장 따스하면서도 정겹게 남아 있는 냄새는 생전의 우리 어머니께서 끓여 주시던 씨레기국 냄새다. 가을에 잘 말린 무와 배추 씨레기에 된장과 디포리를 함께 넣어 푹 끓여 내오시던 그 국물은 작은 방 국솥에서 끓을 때부터 회를 동하게 하여 결국에는 맛과 냄새가 조화를 이루는 어머니의 냄새 그 자체였다.
요즈음은 아내가 이따금 직접 만들어 끓여 내오는 뜨거운 식혜 냄새와 그 맛이 일품이어서 한 그릇 들이키고 나면 차가운 속이 확 풀려 기분이 상쾌해진다.
좋아하는 음식이기는 하나 오래 간직하고 싶지 않은 음식의 냄새도 있다. 외국인들이 송장 썩는 냄새가 난다고 하였다는 청국장과 오징어 냄새와 나주 영산포 홍어의 거리에서 맡았던 홍어 익는 냄새다. 홍어삼합과 홍어애국을 좋아하여 나주에서 근무할 당시 영산포 홍어의 거리에 자주 갔었는데 그곳은 골목마다 홍어 익는 냄새가 진동을 하여 그 골목을 빠져 나온 뒤에도 홍어냄새가 옷에서 퀴퀴하게 묻어 나오는 것 같아 그곳을 다녀오면 옷을 갈아 입어야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광양에서 주민들이 맡고 싶은, 맡고 싶지 않은 향기와 냄새는 뭘까?
늦은 봄 광양읍 서천변과 중동 근린공원 내 장미공원의 향기는 삼백예순날 내내 맡아도 싫지 않을 것이고 광양의 9경 9미 중 매화마을, 자연휴양림, 옥룡사지 동백꽃의 향기와 숯불구이, 닭구이의 냄새 또한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 정착하기 전 광양의 한 아파트에 살 때 특히 봄철의 훈풍과 여름철 동남풍이 불어오면 아마도 인근 제철소와 하동화력, 여천 서남 공단에서 날아드는 코크스 타는 냄새와 화학물질 냄새가 코 끝에 스멀스멀 나기 시작하면서 상쾌한 기분은 싹 사라져 버리고 역겹기 짝이 없었다. 머지않아 황금산단 매립지에 목질계 화력발전소가 들어선다는데 나무 종류를 태워 전기를 생산한다 하니 연기가 날 것은 자명한 사실이나 그 연기에 어떤 냄새가 보태어질지가 염려스럽다.
따지고 보면 냄새란 코로 맡을 수 있는 온갖 기운이며 향기는 좋은 냄새라고 할 때 냄새가 향기보다는 상위개념이라 할 수 있지만 냄새가 향기로, 향기가 냄새로 변할 수도 있다.
나이가 늘어가자 내 깜냥으로는 노인 냄새라도 희석시킬 생각으로 얼마 전 해외여행 다녀오면서 면세점에서 유명한 회사의 D라는 향수를 하나 사서 사용하였는데 충고를 마다하지 않은 친구가 그 향수의 향기가 너무 싼티가 난다며 사용하지 않은 편이 낫겠다고 하였다.
어쩌면 그 향수는 서양인들의 독특한 체취를 중화시키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인데 그걸 모르고 샀던 것인가 보다.
그러니까 하위개념인 향기로 상위 개념인 냄새를 없애려다가 오히려 불쾌한 냄새를 추가시킨 꼴이 되어 버렸다. 그러던 차에 손위 동서가 여행을 다녀오면서 또 다른 명품 향수를 사다 주어 그걸 사용하였더니 그 향기는 괜찮다고 하여 이젠 자신있게 애용하고 있는데 또 누군가는 그 향기를 싫어하는 냄새라고 여길지 모른다. 언뜻 생각하기엔 향기가 냄새보다는 나은 것이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우리가 수많은 인간관계를 갖고 살아가면서  상대방이 턱없이 고매한 향기를 풍기는 사람보다는 적당하게 수더분한 사람의 냄새를 가진 사람에게 더 다가가기가 쉽고 가슴에 와 닿을 때가 많다.
교양과 인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명품의 의상과 장신구로 몸을 감싸고 진한 화장으로 꾸며 본들 향기는 오간데 없고 돈 냄새만이 풍겨 가까이 하기가 꺼려진다.
그리고 권력의 냄새와 돈의 냄새는 케미가 잘 이루어지는 속성을 지닌 것 같다.
국리민복을 위하여 시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고 권한을 부여받은 선량과 공직에 있는 자들 중에 돈 냄새의 유혹에 청렴의 향기를 지키지  못하고 가까이 하였다가 그 냄새를 맡은 수사 정보기관의 탐지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을 자주 보게 되니 말이다.
 꽃은 아무리 향기가 좋은 들 그 향기가 열흘을 넘기기 힘들고 멀리가지 못하나 숭고한 인간의 향기와 따스한 인정의 냄새는 영원히 남고
그리고 국경도 초월한다는데....

 

글. 임 광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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