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방사광가속기' 유치전··· 나주 “국가 균형발전 필요해”
'4세대 방사광가속기' 유치전··· 나주 “국가 균형발전 필요해”
  • 광양시대뉴스
  • 승인 2020.04.29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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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오창, 춘천, 포항 4파전
저마다 강점 내세우며 유치전
호남권 9개 상공회의소 회장단이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호남권 유치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정부가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첨단 과학연구장치 확보의 일환으로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구축에 나섰다. 경북 포항에 설치된 ‘선형’ 방사광가속기 만으론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산업계의 수요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포항공대에 총 2기(3세대 원형, 4세대 선형)의 방사광가속기를 운영 중이며 타 시·도에서는 양성자(경주)·중이온(대전)·중입자(부산) 가속기 등을 운영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방사광가속기 수요가 늘면서 점점 공급이 부족해지고 있다”며 “방사광가속기를 써야하는 연구 과제에 배정되는 시간은 실제 요구되는 시간의 절반 정도인 53% 정도에 불과하다”고 신규 방사광가속기 구축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선진국들이 앞다퉈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에 나서면서 우리나라도 미래 첨단산업 육성에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는 점도 신규구축에 힘을 실었다. 특히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로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가 필요해지면서 정부에서도 핵심 연구시설로 방사광가속기를 적극 검토하기 시작했다.

신약 등 첨단기술 개발 ‘일등공신’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빛의 속도로 가속시키면서 발생하는 X선을 이용해 물질의 초미세구조를 관찰할 수 있는 초정밀 거대 현미경이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3세대보다 100억 배 밝고 펄스폭이 1000배 짧아 1000조분의 1초 단위로 물질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해상도 역시 3세대보다 1000배 이상 높아 살아있는 세포는 물론 비결정단백질까지 촬영할 수 있다.

이 같은 이점을 바탕으로 기존 장비로는 한계가 많았던 다양한 연구가 가능할 전망이다. 물리와 화학, 생물 등 기초연구는 물론 응용분야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철강, 바이오 신약, 에너지·2차 전지, 신소재 개발 등 모든 과학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특히 반도체 분야의 경우 차세대 반도체소자를 제작할 수 있는 레이저 개발이 가능하며 에너지·2차 전지 분야에서는 고성능 초경량 전기자동차용 모터와 발전기 등을 만들 수 있다.

당뇨병 치료제와 희귀질환 치료제, 항암면역 치료제 연구개발 등 의료·바이오 분야와 철강 금속, 자동차, 기타 산업 등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실제로 10조원대 매출을 올린 신종 플루 치료제 '타미플루와 30조원의 '비아그라', 60조원의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 등이 모두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한 대표적 의약품이다.

방사광가속기에서 나온 연구성과는 실제로 산업 판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일본이 수출 규제 품목으로 지정한 반도체 관련 소재인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일본은 방사광가속기에서 나온 EUV로 포토레지스트의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면서 세계적인 기술 경쟁력을 확보했다.

경제효과 10조, 고용 13만명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사업비는 국비 8000억원, 지방비 2000억원 등 모두 1조원에 달한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이 시설을 유치할 경우 향후 20년간 직간접적 경제효과 10조원, 고용효과도 13만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를 유치하려는 지방자치단체간의 유치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는 이유다.

지난 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진행한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 부지 공모에 전라남도(나주시), 충청북도(청주시), 강원도(춘천시), 경상북도(포항시)까지 4개 지방자치단체가 유치의향서를 제출했다.

호남권 “국가 균형발전, 산업 연계”
호남권에선 나주시 유치를 위해 광주, 전남·북이 공동 대응에 나섰고 지역 정치권과 학계 등을 중심으로 호남유치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 9일 출범한 ‘방사광가속기 호남권 유치위원회’는 “포항공대가 방사광가속기를 구축해 짧은기간 세계적인 명문대학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한전공대와 연계된 광주·전남 에너지밸리가 세계적 에너지 신산업 클러스터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나주에 구축되면 광주, 전남·북 등 호남권의 풍부한 산업 인프라 및 자원을 고도화해 첨단 소재, 부품, 장비산업 및 기초과학 진흥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남권은 국가 균형발전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대형가속기 시설은 물론 대규모 연구시설도 부족해 방사광가속기와 같은 첨단 연구시설 조성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방사광가속기를 비롯한 국가 대형 연구시설과 공공 연구기관은 수도권, 충청권, 경상권에 집중된 상황이다. 또한 호남권의 R&D 투자액 비중은 전국의 3.1%로 수도권(69.8%)과 충청권(14.8%)에 비해 열악한 수준이다.

과학계에서는 이러한 첨단연구시설과 R&D예산의 불균형을 지적하며 연구시설의 균형적 배치를 제안하고 있다.

또한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한 신소재 및 신기술의 개발을 통해 전남의 에너지 신소재·의료·바이오·석유화학과 광주의 AI벨트·미래자동차, 전북의 농업 바이오·탄소산업 등 지역의 주력산업 역시 성장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분야 이용률이 50%에 달하는 방사광가속기는 전남의 에너지 산업클러스터에 필수적인 연구 인프라다.

이 외에도 현재 법인 설립허가를 받은 한전공대를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에너지 전문대학으로 육성하기 위해서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데 지역의 의견이 모이며 유치 열기를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다.

정치권의 지원 사격 역시 활발하다. 광주·전남·전북 시장·도지사의 공동 건의문 발표, 21개 대학총장과 유치협력 협약 체결 등을 진행했다.

또한 세계 최초로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구축해 가동하고 있는 스웨덴 맥스포(MAXⅣ)연구소와 기초과학 교류 협약 체결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강원권 “접근성·입지조건 최적지”
춘천은 국내 방사광가속기 이용자 중 5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서울 기준 1시간 이내 거리로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는다.

1978년 기상청 관측 이래 규모 2.0 이상 지진이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점도 어필하고 있다.

아울러 춘천 바이오, 홍천 메디컬, 원주 의료기기 산업과도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 유치열기가 다른 시도에 못지 않다.

강원시장군수협의회도 최근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춘천 유치’를 위한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지원하고 있다. 강원도는 최근 7개 바이오연구혁신기관과 방사광가속기 유치 공조를 위한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충청권 “반도체·바이오 기업 집적”
오창은 전국 어디서나 2시간 안에 접근할 수 있고 화강암반 지형인 데다 자연재해가 거의 없어 방사광가속기 구축에 최적지라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방사광가속기의 주요 수요처인 반도체·바이오 관련 분야 기업은 물론 오창과학단지와 오송생명과학단지 등 연구 기반이 집적화돼 있어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나아가 경기 이천~평택~충남 천안~충북 오창~오송~대전을 잇는 신산업 혁신 벨트를 구축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충남과 대전, 세종, 충북 등 충청권 자치단체장 등이 참여하는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충청권 유치위원회’는 정부에 방사광가속기 유치와 관련한 공동 건의문을 제출했다.

경상권 “기존 연구인력 확보 수월”
포항은 기존 방사광가속기와의 연계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미 포항에는 3세대 원형과 4세대 선형 방사광가속기가 있어 생명공학연구센터, 나노융합기술원 등 과학기술 분야 20여개 연구기관이 입주해 있다. 이 때문에 다른 곳보다 연구인력 확보가 유리하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경북에서도 포항시의회와 포항지역발전협의회 등 각계에서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촉구하는 성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지난달 27일 과기정통부는 기본 요건, 입지 요건, 지자체 지원 3개 부문으로 구성된 평가 기준을 밝혔다. 이 가운데 대상부지가 단단한 지반을 가졌는지 여부와 교통 접근성, 정주여건이 중요한 평가 기준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종 입지 선정은 내달 7일 결정될 예정이다.

이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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